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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였기에 무너지지 않았다
이미정 선수의 Oxfam 100K 레이스 후기

새벽 4시,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기상을 했다. 미리 준비해둔 장비와 짐을 챙긴 뒤 팀원들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2025년 나의 첫 100K가 옥스팜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 옥스팜 코스는 작년과 달리 50K를 두 번 순환하는 방식이었다. 총거리 약 99K, 누적고도는 약 3,800m. 극악의 난코스라기보다는 긴 거리와 타들어가는 더위가 끊임없이 체력을 갉아먹는 레이스였다. 후반부엔 낮고 짧은 언덕조차 결코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엔 구교정 선수님이 선발한 에이스 팀원인 영민님, 정민님과 함께 발을 맞췄다. 스키 대회 이후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구교정 선수님의 빈자리는 아쉬웠지만, 그 마음까지 안고 달리기로 했다.

CP1~CP3 인제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

인제 앞강 천변 자전거도로를 지나 옛 44번 국도인 가넷고개를 넘고, 소양강을 바라보며 달렸다. 박달고치 구간은 마치 정글 숲 같았다. 새벽에 출발한 덕분인지 숲길은 자연 에어컨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착용한 디스턴스 6 하이드레이션 베스트는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착용감과 뛰어난 통기성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정말 만족스러웠다.

인제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하얀 자작나무 숲길과 초록빛 풍경을 지나, 내린천 계곡길도 넘어갔다. 전체적으로 임도 비중이 높은 코스였는데, 이때 대회용으로 선택한 스카르파 스핀 울트라2가 진가를 발휘했다. 처음 신었을 때부터 발이 가볍고 안정감이 좋았는데, 레이스가 길어질수록 더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특히 긴 임도와 거친 다운힐 구간에서 발이 흐트러지지 않게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돌길에서도 접지력이 안정적이라 체력을 아끼며 달릴 수 있었고, 후반부 발이 붓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끝까지 함께해줬다. 100K 동안 신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워터 포인트에서 건네주던 박카스는 정말 지상낙원 같았다.

CP4(50K) 스카르파 마케터 진영님과 구교정 선수님의 서포트

얼굴을 보자마자 긴장이 눈 녹듯 사르르 풀렸다. 플라스크에 물이며 음료,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시느라 두 분의 손발은 누구보다 바빴다. 마음 같아선 같이 웃고 떠들고 싶었지만, 레이스는 계속 이어져야 했다. 빠르게 환복을 하고 짧게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출발했다. 이제 겨우 절반이었다.

CP5~CP7

자연생태마을인 정자리마을을 지나 머구너미고개부터 하늘내린터까지 이어지는 긴 임도길의 연속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체력은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낮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랐고, 뜨거운 햇빛 아래선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럼에도 팀원들이 끝까지 잘 버텨준 덕분에 나 역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의 가치를 다시 배우며, 또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었다.

피니쉬,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주

마지막 CP7에서 헤드랜턴을 켰다. 이제 10km 남았다. 이 시간까지 기다려준 진영님과 교정님에 대한 고마움에서라도 되도록이면 지체 없이 가야 했다. 후반부엔 탈탈 털린 다리와 고관절 곳곳에서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진통제를 먹고서라도 끝을 보겠다는 각오로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피니쉬. 15시간 27분 38초

모두가 두 손을 모아 "고생했다"는 말로 서로를 다독였다. 쉽지 않은 100K를 혼자가 아닌 팀으로 완주했다는 건, 기록 이상의 값지고 깊은 의미로 남았다.

그리고 이번 레이스에서 큰 도움이 되었던 장비 중 하나는 디스턴스 Z FKT 카본 폴이었다. 효율적인 파워 전달을 위해 설계된 울트라라이트 퍼포먼스 폴답게 정말 가벼웠고, 자석형 탈부착 시스템 덕분에 필요할 때 빠르게 꺼내고 수납할 수 있어 긴 오르막과 후반부 체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스핀 울트라2를 신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했다. 발을 제대로 잡아주는 핏 덕분에 발목 털림이 적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정확하게 딛기 좋았다. 특히 급경사 다운힐에서 안정감이 굉장히 뛰어났고, 긴 거리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끝까지 버텨준 신발이었다. 어쩌면 내가 이번 100K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 안정감 덕분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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